아이들이 경련을 했을때 대부분 "체한 것 같다", "아이가 놀랐다" 또는 "경기했다"고 표현을 한다. 과거에는 "체한 병"이 아이들의 모든 병에 진단명으로 통해왔다. 소아 질환의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발열, 복통, 구토, 경련, 설사 등 중 한가지 이상 증상이 있는 경우 "체한 것 같다"며 일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항간에서 쓰여지고 있는 "경기"는 통상 경련과 유사하게 사용되어지고 있지만 좀더 포괄적인 용어인 듯하다. 특히 열이 나면서 전신발작을 하거나 아이들이 갑자기 놀라서 자지러지게 우는 경우에도 주로 경기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므로 "체"나 "경기"와 같이 뜻이 확실하지 않은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인간의 뇌에는 전기줄과 같은 신경세포가 수백억개가 모여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합선이 일어나 전기가 국소적 혹은 전체적으로 과다하게 흐르므로써 조절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경련이다. 경련은 뇌외상, 뇌염, 뇌수막염, 열성경련, 간질, 혹은 전해질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이다. 기침이 감기로 인해서만 발생하는 증상이 아니라 기관지염, 폐렴, 천식 혹은 음식을 먹다가 목메어서도 기침을 경험하듯이 경련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하나의 증상이다. 따라서 경련이 발생하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간질은 경련성 발작이 반복적으로 재발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미 BC 400년에 히포크라테스가 저술한 "신의 질환"이란 저서에 기록되어 있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간질은 악령 혹은 신에 의한 질환으로 생각했었고 치료도 종교적 혹은 주술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비록 히포크라테스가 간질은 뇌에서 비롯된 병이라고 했지만 19세기에 이르러 간질에 대한 현대 의학적인 개념이 도입되었다. 간질 환자는 생각보다 매우 많아서 인구 1,000명당 5-6명 정도가 간질 환자로 추산되고 있으며 매년 인구 100,000명당 40-50명이 새로이 발병한다. 이러한 통계는 인종이나 종족간에 차이가 거의 없어서 우리 나라에서도 매년 20,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약 300,000명의 환자가 있다고 추산되고 있다. 또한 간질은 약 70%가 20세 이전에 시작하고 30%는 4세 이전에 발생한다. 즉 많은 수의 간질 환자는 어릴때부터 증상을 보이게 된다. 역사상 수많은 영웅과 예술인이 간질 환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예로서 나폴레옹, 알렉산더, 줄리어스 시져,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반 고호, 도스토예프스키, 단테, 헨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간질 환자임에도 훌륭한 삶을 영위하였듯이 모든 간질 환자도 자신의 삶을 간질이라는 낙인 하에 지내서는 않된다. 아직도 간질을 정신 질환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고 의학적인 진단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꼬리표가 동시에 붙여지기 일쑤이다. 옛날부터 간질은 "지랄병", "신이 내린 병"이라 하여 아무런 치료 방법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진단하여 환자에게 알맞는 약을 선택하여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면 뇌손상이 없고 지능이 정상이며 초기 투약에 반응이 좋은 경우 약 85%까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항경련제는 간질의 병소 부위로부터 전파되는 비정상적인 전기활동을 계속해서 억제시키는데 만일 이러한 비정상적인 전기활동이 장기간 억제되면 소멸되기도 하고 약을 끊은 후에도 발작은 재발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간질은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간질의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가 일차적인 치료 방법이나 약물로 치료가 않되는 난치성 간질일 경우에는 케톤 식이요법이나 수술을 하기도 한다.